주택 시장의 거래 침체와 가격 조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월세 시장은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는 서울 잠실 일대에서 월세 매물이 매매나 전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시장의 경우 전세 매물이 가장 많고, 그 다음 매매 매물이 차지하고, 월세 매물은 가장 적은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 5563세대 규모의 리센츠는 매매 매물이 129개, 전세 매물이 261개인데 월세 매물은 342개에 달했다.
전체 5679세대 규모의 잠실 엘스도 월세 매물이 219개로 매매 매물(101개)이나 전세 매물(216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864세대 규모의 파크리오 또한 월세 매물(169개)이 매매(154개)나 전세(160개)보다 많았다.
리센츠 인근 T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집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사람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 대출을 받기보다는 월세 위주로만 집을 찾고 있다”며 “집주인들도 당장 집을 내놓기보다는 월세를 놓고 시장 형국을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잠실 엘스 인근 G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아파트는 원래 전세 거래가 가장 많고, 매매가 다음, 월세가 가장 적은 편이었는데 최근엔 매매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고, 전세도 예전에 비해 문의가 줄었으며 월세는 크게 거래가 늘고 있다”며 “매매가나 전세가도 떨어졌는데 월세는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거래 강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를 분석한 결과, 월세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 평균 719만원(5억9470만원→6억189만원, 1.2%) 올라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전세는 평균 1418만원(6억3930만원→6억2512만원, -2.2%) 하락해 거래됐다. 높은 전세가격과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 확대로, 전세의 월세화가 이어지면서 월세가격은 오르고, 전세가격은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로도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은 51.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상반기보다 9.6%p 늘어난 수치다. 특히 상반기 기준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 비중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일 정도로 월세는 주택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신정섭 신한은행 서울 PWM 센터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고, 전세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 탓에 이전보다 거주 형태로서의 매력이 줄었다”며 “반면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이 있는 월세의 강세는 올해 연말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 팀장은 “집값 가격 안정과 함께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면서 내년 봄에는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늘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다시 전세를 낀 매매 거래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월세 수요가 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