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임대인과 합의해 재계약하면 보증금을 5% 넘게 올릴 수 있다. 임대료 증액 폭이 5%로 제한되는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계약과 차이가 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 부담보다 기존 전셋집 거주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갱신 비중이 높아진 것은 전세 매물 감소로 임차인의 선택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달 5일 기준 1만 9743개로 지난해 말 2만 3263개 대비 15% 줄었다.
매물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년 동월 대비 10.46% 상승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은 2022년 1월(10.52%) 이후 처음이다.
실제 보증금을 수억 원 올려 체결한 사례도 확인된다. 8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전세 갱신 보증금은 12억 5000만 원이었다. 종전 8억 3000만 원보다 4억 2000만 원 더한 금액이다. 같은 달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 전세도 종전보다 3억 5000만 원 추가한 13억 9730만 원에 갱신됐다.
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 6월 56.6%에서 7월 54.6%, 8월 50.8%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갱신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임대인과 합의해 재계약하면 5%를 넘겨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세입자들은 임대료 상승 부담에도 이사 비용과 자녀 교육을 고려해 기존 주거지 유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강동구 길동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의 보증금은 4억 7250만 원이었다. 기존 보증금 4억 5000만 원 대비 5% 오른 금액이다. 같은 달 같은 면적의 신규 전세 계약 보증금은 7억 원이었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갱신 계약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집을 구하기보다 보증금을 높여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부동산연구원은 “세입자는 보증금뿐 아니라 이사 비용, 자녀 교육, 출퇴근 여건까지 고려해 재계약을 판단한다”며 “주변 전셋값도 오른 만큼 보증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기존 생활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