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그동안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상가 임차인들의 경제적 지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상가 임차인은 1년 단위로 최대 5년간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으며, 건물주가 바뀌거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임대기간과 임대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소액보증금은 경매 때 최우선 변제된다.
하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처럼 새 법이 도입돼도 상가 임차인들의 권리가 저절로 향상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임차인들은 새 법령이 규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며, 특히 보호대상 범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 보호대상 임차인 제한=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시행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이 법이 모든 상가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상가 임차인의 80%를 보호대상으로 잡는다고 가정할 때 이들의 환산보증금액은 1억4천만원 이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서 환산보증금액이란 월세를 연 12%의 이율로 적용해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내는 세입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연간 월세지불액 1200만원(100만원×12개월)을 연 12%의 이율을 적용한 1억원에 보증금 1천만원을 더한 1억1천만원이 환산보증금액이 된다. 따라서 만일 보호대상 환산보증금 기준이 1억4천만원일 경우 이 세입자는 법 적용대상이 되지만 같은 보증금이라도 월세가 140만원이라면 환산보증금은 1억5천만원이 되므로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 기존 임대차 계약은 일부 적용=새 법은 부칙 제2조에 따라 법 시행일(11월1일) 이후 새로 체결되는 계약이나 재계약이 이뤄진 임대차에 한해 적용된다. 법 시행일 이전에 맺은 기존 임대차에 대해서도 계약갱신 청구권을 줘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이 부분은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즉 기존 임차인은 법 시행일 이후 어떻게든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상가를 계약한 시점부터 온전하게 새 법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다만, 일부 소급적용이 이뤄지는 항목도 있다. 건물주가 바뀌거나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세입자의 임대보증금과 임대기간을 보호할 수 있는 대항력 조항은 기존 세입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 시행일 이전에 근저당권 등이 먼저 설정돼 있는 상태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난 7월1일에 보증금 2천만원, 월세 50만원을 주고 1년간 상가를 사용하기로 계약한 세입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세입자는 오는 11월1일 이후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내년 6월 말일까지 계약기간을 보호받을 수 있다.
만일 이 건물이 경매처분될 경우에는 언제 근저당이 설정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계약 당시엔 없었더라도 11월1일 이전에 근저당이 설정됐다면 상가 임차인의 변제순위는 근저당권자에게 뒤지게 된다. 또 11월 이후에 근저당이 설정됐다면 임차인의 확정일자와 시간순으로 선후를 따져 임차인이 앞설 경우에 한해 보증금이 우선변제된다. 동시에 상가 보증금은 근저당권자가 아닌 일반 채권자보다는 항상 변제순위가 앞서게 된다.
■ 확정일자 반드시 갖춰야=기존 상가 임차인이 일부 조항이라도 새 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11월1일 이전에 대항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임차인은 관할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과 임대차계약서상 확정일자를 받아두어야 하는데, 전산프로그램 준비관계로 국세청에서는 9월 이후 확정일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상가건물 경매 때 최우선 변제대상이 되는 소액보증금 범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이 대목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소액보증금 범위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비슷한 낮은 수준에서 지역별로 차등화될 예정인데, 이는 보증금을 날리게 되는 영세 임차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제도일 뿐이다.
자료원: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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